취리히 생활
취리히 생활
뜨내기군
2018. 10. 6. 04:38
이제 취리히에 온 지도 한달이 다 되어간다. 공부하기 너무 좋은 환경이지만, 부모님 돈으로 공부하는 입장에서 취리히의 높은 물가는 항상 낯설다. 밥은 직접 해 먹고 딴짓 많이 안하면 서울에서 자취하는 것 정도 나오긴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방에서 한달 동안 좀비처럼 누워만 있어도 고정지출이 90만원이 가까이 된다. 거기에 예상치 못하게 지출 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면 개인적으로 생각 해놓은 한 달 예산을 맞추기가 정말 어렵다.
그렇지만 돈을 최대한 안쓰려고 노력하면서 살고 있는 내 자신이 처량하다거나 연민을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사는 것에서 약간의 재미를 느끼곤한다. 일종의 게임 속 미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다만 한 가지 절실하게 느낀 것은 돈이 없으면 삶이 피곤하다는 것이다. 돈 들이지 않고 생활을 이어나가려면 몸이 고생해야 한다. 쉬고 싶어도 걷고, 먹고 싶어도 참고, 마시고 싶어도 참고, 사고 싶어도 참고.
한국에 있을 때는 전혀 몰랐다. 학교에서 먹여주고, 재워주고, 용돈도 줬으니 포기해야할 것이 없었다. 별 걱정 없이 살았던 게 신기하다.
아직 시작이지만 지금의 경험을 나 스스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덧글) 방금 마트에서 장보고 왔는데, 샴푸를 계산하고 안가지고 왔다. 하... 한 끼가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