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리히에서 방 구하기
스위스에는 기숙사가 없다. 기숙사라 불릴 만한 곳들이 있긴 한데,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라 외부의 사기업이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학생들에게 임대해주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이 경우인데, 만으로 28살을 넘으면 안되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다니는 (ETH 혹은 UZH 등) 학생이어야 한다. 집 값이 비싼 취리히에서 그나마 학생들에게 저렴하게 제공되는 주택이기 때문에 경쟁률이 굉장히 높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로 집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는데, 어떤 경우든 수요가 공급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집주인은 예비 임차인들과 일종의 인터뷰를 하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임차인을 골라 세를 준다. 그렇기 때문에, 돈만 있다고 집을 구할 수는 없고 집주인과 직접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입학 전 스위스에 오기 힘든 해외 학생들의 경우에는, 학교에서 소유하고 있는 저렴한 쉐어하우스를 한 학기 대여해 준다. 학사나 박사의 경우는 다를 수 있는데, 적어도 석사는 그랬다. 운이 좋으면 1년까지도 있을 수 있는데, 1년 이후에는 새로 입학하는 해외 학생들을 위해 무조건 나가야한다.
학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끝날 때가 다 되어서, 슬슬 집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을 한 학기 연장할까도 생각해 봤는데, 확실치 않고(불시에 학생들에게 메일을 보내서 먼저 답장을 보낸 학생들 순서로 연장을 해준다고 한다), 어찌 됐든 1년이 지나면 새로 방을 알아봐야 하기 때문에, 일단 새 집을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문제는 집을 구하는 방식인데, 취리히 집 값이 정말 비쌈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엄청 많아서 집 구하기가 쉽지 않다. 현재는 벌이가 없기 때문에 최대한 저렴한 곳으로 알아보고 있는데, 경쟁이 피튀긴다. 대부분 이렇게 저렴한 곳은 WOKO라는(다른 기업도 있다)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쉐어하우스(방은 따로 쓰고 화장실 부엌 거실등을 공유한다)가 많다. 원칙적으로 빈방이 생기면 집을 구하는 사람이 WOKO와 직접 연결이 돼서 계약을 하는 것이 맞지만, 이미 기존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다음 임차인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되어있다. 이게 말이 되나 생각도 들지만, 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어쩔 수 없다. 그래서 보통 wgzimmer.ch 라는 사이트에 빈방 정보가 올라오면 아주 정성스럽게 나에 대해 소개하고 가장 쿨하게 나온 사진까지 첨부해서 메일을 보낸다. 대부분은 답장이 없고, 답장이 오더라도 두번째 관문으로 대면 인터뷰가 있다. 메일이 하나 하나 씹히다 보면, 계약 끝날 때까지 집 못구하면 어떡하지라는 약간의 불안함과 함께,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걸까라는 씁쓸한 번민이 찾아온다.
+ 개인적으로 방을 찾은 곳
(https://www.wgzimmer.ch)
+ 페이스북 그룹도 많이 활용하는 것 같다
1. Zurich room/house for rent. (https://www.facebook.com/groups/1658325411054855)
2. Zurich Housing (https://www.facebook.com/groups/housinginzurich)
3. Wohnung, Zimmer, WG - Zurich [flat, room, shared apartment] (https://www.facebook.com/groups/912419615446640)
물론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서 월세에 제한이 없다면 방 구하기는 쉽다. 주로 학생들이 최대한 저렴한 방을 구하려고 하기 때문에 경쟁이 높은거지 높은 월세의 방으로 가면 경쟁이 그리 치열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