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 논문
취리히 공대 컴퓨터과학과
과에 따라 상이하지만, 보통 취리히 공대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일정학점 이상 이수 한 후 마지막으로 학위 논문을 써서 통과하여야 한다. 일부 과에서는 학위과정 중 기업 인턴을 필수조건으로 하는 곳도 있다. 학위 논문은 대략 5~6 개월 정도의 기간을 주며, 직접 지도교수와 협의하여 진행한다.
석사과정을 시작한지도 벌써 1년 반이 넘게 지나, 작년 10월부터 석사 논문을 쓰고 있다. 내가 재학중인 수학과에서는 5개월의 시간을 주는데, 다행히도 크리스마스 연휴 2주가 사이에 껴있어, 2주 가량 시간을 추가로 준다. 그럼에도 충분한 시간은 아닌 것 같다. 요즘에 특히 더 그렇게 느껴진다.
수학과의 경우, 논문을 쓰는 기간에 수업을 듣지 않는다면 논문을 제출하는 날까지 학교에 오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모든 일정 관리는 본인 책임인 셈이다. 처음에는 수업에 가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곳 어디서나 논문을 쓸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나는 곧 이 자유가 부담스러웠다. 강제적인 게 없으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힘들었다. 걸핏하면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지나가는 날도 많았다.
그럼에도 수업을 듣고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것과 비교해 색다른 재미가 있다. 논문 주제가 처음접한 주제여서 밑바닥부터 여러 논문들을 찾아가며 공부해야 했는데, 교과서를 따라 정해진대로 공부하는 것보다 내가 개척해서 공부하는 느낌이 특히 좋다.
논문 마감까지 3주 조금 넘게 시간이 남았다. 재미가 있어도 마감에 대한 압박은 어쩔 수 없다. 그 때문인지 요새는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상을 쓰고 있을 때가 많고, 자주 예민해진다. 힘을 내야지.
취리히 공대 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