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밤하늘 구름을 위, 아래로 가르며 취리히에 보름달이 떴다. 칠십 사 년 전 한반도에 뜬 보름달을 보며 선조들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되찾은 자유와 희망스러운 미래로 벅차올랐을까. 아니면 광복을 보지 못하고 먼저 떠난 이들을 떠올리며 애달파 했을까. 그날 보름달을 올려다보던 이의 후손은, 그 작은 나라를 반으로 쪼개고, 그 중에서도 가운데. 빛을 잃은 시간의 곱절은 더 지나, 여기 먼 타국에서 보름달을 올려다보며 그때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