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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고 있을 때 서울에 올해 첫눈이 내렸다. 머리를 잘라주시던 미용사는 눈이 올 걸 미리 알았던 듯 평소 차로 출퇴근을 하는데, 오늘 만큼은 대중교통을 타고 출근했다고 했다. 나는 전혀 예측하지 못하고 있었다. 전날밤 잠시 편의점을 다녀올 때, 두꺼운 패팅 속으로 파고드는 강력한 한기를 느낄 때 눈이 곧 올수도 있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다음날 바로 올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미용실을 나와 눈을 맞으며 걸을 때, 한 동안 잊고 있던 1년 전 그날이 떠올랐다. 1년 전 스위스 취리히에서 콜롬비아 보고타로 떠날 때, 비행스케줄이 하루 연기된 적이 있었다. 그 바람에 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루 더 묵었는데, 출발하는 날 새벽 호텔 창 밖으로 그 해 취리히 첫눈이 내리고 있었다.
보통 눈 내리는 풍경은 나를 설레게 하지만, 당시 나는 개인적인 일로 인해 많이 지쳐있었다. 그런 나에게 첫눈은 지친 마음에 몸 마저도 힘들게 했다.
2020년 취리히의 첫눈
모든 일이 그렇듯 그 힘들었던 기억도 시간이 지나면서 잊혀지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서울에 내린 첫눈이 잊혀지고 있던 기억을 불러와 내 앞에 끄집어 놓았다. 앞으로 꽤 긴 시간동안, 매해 첫눈은 그때의 기억을 불러올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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