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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아비브에서의 첫날밤 (The first night in Tel-Aviv)무제 2020. 4. 18. 09:54
이스라엘 비행기표를 사고는 곧장 그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냈다. 다행히 싫어하지 않았다. 진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최소한 메세지로는 빨리 이스라엘에서 보고 싶다고 했다. 나도 그랬다. 표를 사고 이틀 뒤 나는 텔-아비브에 있었다. As soon as I bought a ticket to Israel, I texted her. Fortunately, she didn't hate it. I wasn't sure if it was true, but at least in the text she said she wanted to meet me in Israel soon. So did I. Two days later, I was in Tel-Aviv. 텔-아비브는 예상보다 상당히 평범했다. 날씨는 습도를 뺀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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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혹은 프롤로그 (Epilogue or prologue)무제 2020. 4. 15. 08:49
(아마도 세리가 투신을 하러 온) Sigriwil 에서의 촬영이 사랑의 불시작 스위스 촬영의 마지막이었다. 다음날 바로 스태프 분들은 한국으로 떠났다. 비행기 스케쥴 때문에 배우들은 아직 남아있었는데, 담당 통역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하루 배우 현빈의 통역을 맡게 됐다. 공항까지 가서 배웅하기로 되어 있던 터라 잔뜩 기대하고 있었지만, 배우를 직접 만날 수는 없었다. 당시 태풍 (찾아보니 태풍 '링링'이다) 때문에 비행 스케쥴이 하루 밀렸고, 배웅하기로 되어있던 날 배우 매니저들과 잠시 얘기를 나눈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통역 일은 완전히 끝이 났고, 시험 공부했던 것까지 포함하면 한 달 넘는 시간이 꿈처럼 지나갔다. 무서우리만큼 평범한 하루가 다시 시작됐다. 그 때 메시지가 하나가 휴대폰에 도착했다.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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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불시착 통역무제 2020. 4. 14. 08:19
3월 중순에 학위논문을 제출했다. 어디로든 떠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하면서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 이후 한 달 가까이 준 격리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자유로운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들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 중 하나가 블로그다. 쓰고 싶은 글은 종종 있었지만 논문 쓴다는 핑계로 항상 나중으로 미루곤 했다. 여러가지에 대해 쓸 수 있겠지만, 지금 가장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것은, 작년 여름 인턴십을 끝내고 스위스로 돌아오고 난 후 있었던 일련의 경험들이다. 방학동안 서울의 스타트업에서 인턴생활을 마치고 스위스에 돌아왔다. 2주 쯤 뒤에 봄학기 수업에 대한 시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인턴하는 두 달간 전혀 복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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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사 논문취리히 생활 2020. 2. 21. 22:41
취리히 공대 컴퓨터과학과 과에 따라 상이하지만, 보통 취리히 공대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일정학점 이상 이수 한 후 마지막으로 학위 논문을 써서 통과하여야 한다. 일부 과에서는 학위과정 중 기업 인턴을 필수조건으로 하는 곳도 있다. 학위 논문은 대략 5~6 개월 정도의 기간을 주며, 직접 지도교수와 협의하여 진행한다. 석사과정을 시작한지도 벌써 1년 반이 넘게 지나, 작년 10월부터 석사 논문을 쓰고 있다. 내가 재학중인 수학과에서는 5개월의 시간을 주는데, 다행히도 크리스마스 연휴 2주가 사이에 껴있어, 2주 가량 시간을 추가로 준다. 그럼에도 충분한 시간은 아닌 것 같다. 요즘에 특히 더 그렇게 느껴진다. 수학과의 경우, 논문을 쓰는 기간에 수업을 듣지 않는다면 논문을 제출하는 날까지 학교에 오지 않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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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생활서울 생활 2019. 7. 10. 00:07
지난 봄학기가 시작하기 전 부터, 이번 여름에는 꼭 인턴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었다. 대학 다닐때는 나름 거창한 계획이 있었다. 외국으로 대학원을 가서 계속 공부하다 교수가 돼서 돌아오는 그런 아주 '근사한' 계획. 아쉽지만 대학을 졸업할 때쯤, 나의 계획이 여의치 않다는 걸 깨달았고, 많이 불안한 날들을 보냈던 것 같다. 지금도 객관적으로 상황이 나아졌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마음가짐은 훨씬 편안해졌다. 아무런 동기 없이 학업을 계속하는 것보다 회사 생활을 경험해보면서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하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었고, 자연스레 인턴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스위스에서 인턴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몇몇 이유(귀찮음, 귀찮음, 귀찮음)로 서울에 있는 스타트업에서 인턴을 하게됐다. 요새 핱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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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잡담 2019. 7. 8. 21:21
오늘 아침 출근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세상의 어떠한 생명의 탄생에도 내가 기여한 바는 없지만, 세상의 모든 죽음에는 약간이라 할지라도 나의 책임이 있다. 무슨 이유로 이런 생각이 불현듯 떠오른 지는 모르겠지만, 글을 쓰는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부정하기 어렵다. 내가 조금만 관심을 가졌으면 막을 수 있는 죽음이 있지 않았을까. 아니면 나에게 향해 오던 죽음이 내 머리칼을 스쳐 다른 누군가에게로 가지는 않았을까. '죽음'이라는 단어가 너무 무겁다면, '죽음'을 '불행'으로 치환해보자. 그러면 마음한켠이 더 찝찝해진다. 타인의 행복에 내가 기여한 바는 없지만, 타인의 불행에는 약간이라 할지라도 나의 책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