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젤 당일치기사진 이야기 2018. 12. 25. 03:52
시험이 하나 끝났다. 취리히 공대의 시험기간은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우리나라처럼 학기 중간이나 학기 말에 시험을 쳐서 성적을 주는 end-of-semester exam이고, 다른 하나는 학기가 끝나고 한 달 후(봄 학기의 경우 두 달 후)에 시험을 보는 session-examination이다. 이번학기에 End-of-semester exam이 하나 있었던 것이 찝찝함을 안긴채 끝나버렸다. 큰 일을 보고 뒤를 닦지 않은듯한 이 찝찝함을 날려버리고 싶었다. 아직 스위스에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한창인 시점. 아직 가본 적 없는 바젤이 끌렸다. 마침 같은 쉐어 하우스에 살고 있는 친구 중 한 명이 바젤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와 그곳을 잘 안다고 했다. 최근들어 많이 친해진 친구이기도 해서 물어봤다.- 혹..
-
어떻게 살 것인가 - 본론 1잡담 2018. 12. 24. 09:44
꼭 좋아하는 일을 해야할까.많은 영향력있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한다. 모든 일이 어렵지만 좋아하는 일은 좋아하기 때문에 힘들어도 계속 하게 된다고. 계속 하면 잘 하게 된다고. 잘 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그러나 첫 번째로, 일은 성공하기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성공이란 것이 일단 무엇인지 정확히 정의 해야겠지만, 성공을 사회적 성공 혹은 막대한 부의 성취라고 정의한다면 일은 절대 성공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그렇다면 일의 목적은 무엇인가. 단순하다. 생계를 위해서다. 자신의 앞가림은 자신이 하기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다. 스스로 앞가림을 할 수 있다면 개인으로서 일을 하는 목적을 충분히 이룬 것이다. 그 이후부터는 부가적인 영역일 뿐이다. 자아실현을 위해 일을 할 수는 ..
-
취리히에서 방 구하기취리히 생활 2018. 11. 19. 07:52
스위스에는 기숙사가 없다. 기숙사라 불릴 만한 곳들이 있긴 한데, 학교에서 운영하는 기관이 아니라 외부의 사기업이 일정 조건을 만족하는 학생들에게 임대해주는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곳이 이 경우인데, 만으로 28살을 넘으면 안되고, 스위스에서 대학을 다니는 (ETH 혹은 UZH 등) 학생이어야 한다. 집 값이 비싼 취리히에서 그나마 학생들에게 저렴하게 제공되는 주택이기 때문에 경쟁률이 굉장히 높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로 집을 알아보는 방법이 있는데, 어떤 경우든 수요가 공급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집주인은 예비 임차인들과 일종의 인터뷰를 하고 자신이 마음에 드는 임차인을 골라 세를 준다. 그렇기 때문에, 돈만 있다고 집을 구할 수는 없고 집주인과 직접 만날 수 있어야 한다. 입..
-
스위스 그린델발트 하이킹취리히 생활 2018. 10. 22. 06:14
같이 살고 있는 플랫메이트 중에 산타는 걸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유튜브로 산악인들 동영상을 찾아보고 그런 친구인데, 그 친구가 인터라켄 근처 그린델발트로 하이킹을 가자고 제안했다. 공부할 것도 많고, 과제도 있었지만, 스위스 오고 제대로 여행 한 번 간 적 없던터라 좋은 기회였다. 게다가 이 친구가 베른에서 자기 차로 태워다 준다니 기차값도 아낄 수 있었다. 기차타고 그린델발트까지 갔으면 돈이 엄청 깨졌을거다... 그린델발트에 도착해서 맨리헨(Männlichen)에 가기 위해 우선 곤돌라를 타고 올라갔다. 우리의 여정은 맨리헨에서 출발해, 클라이네 샤이덱(Kleine Scheidegg)까지 갔다가 다시 그린델발트로 내려오는 것이었다.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도착하면 아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있다 곤..
-
취리히 한국음식취리히 생활 2018. 10. 6. 05:17
비빔쉑 입구 최근 문을 연, 취리히에 있는 한식당 집을 찾았다. (외식물가가 워낙 비싸 혼자서는 사 먹는 경우가 없지만 포닥 하시는 선배님께서 사주셔서 감사히 따라갔다 ㅎㅎ) 비빔쉑 이라는 곳인데 주인은 한국인이 아니라 중국계인 것 같다. 그럼에도 메뉴나 음식 맛은 한국인에게 정말 딱 맞다. 비빔밥 하나만 먹어봤지만 사실 한국에 있는 웬만한 식당보다 맛있었다. 비빔밤도 토핑에 따라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채식 등으로 다양했고, 이외에도 된장찌개 같은 것들이 있어서 한국음식이 그리우면 찾을 만한 곳인 것 같다. 티비에 된장찌개가! 들어와서 주문을 하려고 하자 종업원이 메뉴 설명을 해주면서 뭔지 아냐고 물어봤다. "나 한국 사람이야"라며 은은한 미소로 답해주었더니 살짝 멋쩍어 하는 모습이었다. 뭔가 비..
-
취리히 생활취리히 생활 2018. 10. 6. 04:38
이제 취리히에 온 지도 한달이 다 되어간다. 공부하기 너무 좋은 환경이지만, 부모님 돈으로 공부하는 입장에서 취리히의 높은 물가는 항상 낯설다. 밥은 직접 해 먹고 딴짓 많이 안하면 서울에서 자취하는 것 정도 나오긴 하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방에서 한달 동안 좀비처럼 누워만 있어도 고정지출이 90만원이 가까이 된다. 거기에 예상치 못하게 지출 해야만 하는 상황이 생기면 개인적으로 생각 해놓은 한 달 예산을 맞추기가 정말 어렵다. 그렇지만 돈을 최대한 안쓰려고 노력하면서 살고 있는 내 자신이 처량하다거나 연민을 느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사는 것에서 약간의 재미를 느끼곤한다. 일종의 게임 속 미션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다만 한 가지 절실하게 느낀 것은 돈이 없으면 삶이 피곤하다는 것이다. 돈 들이..